우리나라의 천지창조 신화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에는 천지창조 신화가 없었던 걸로 생각한다. 그것은 단군신화를
해석하는데 웅녀설화 이야기하면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천지창조 신화가 있다. 단군신화의 웅녀설화를 살펴보며,
그 의미를 알아보도록 하자.


단군신화는 옛날 토템사상에 의해 웅녀는 곰 부족을 상징하고 환웅은 호랑이 부족을 상징하여, 부족끼리 결혼해 조그만
민족국가를 형성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근원이 어디부터인가 해서 올라가 보면, 육당 최남선을 이야기한다. 너무 그럴
듯한 이야기여서 우리나라에는 토템과 샤먼은 있었지만, 천지창조신화는 없다고 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 시대는 아무리
조그만 부족도 천지창조의 신화가 없는 부족은 없다. 전부 나름대로 가장 큰 것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가에 대해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그것을 설명해 내려고 애쓴다. 물론 설명 체계는 짜임새가 정교하지 않고, 느슨하거나 엉성하기도 하지만 없는
곳은 없다. 


오랜 옛날에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항상 인간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뜻이 있었다. 아버지 환인이 아들의 뜻을 알고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어 세상에 내려 보내 인간세계를 다스리도록 했다. 이에 환웅이 무리 3,000을 이끌고 태백산(太白山)
꼭대기에 있는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와서 여기를 신시(神市)라 이르니 그가 곧 환웅천왕이다. 이때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환웅은 이들에게 신령스러운 쑥 1자루와 마늘 20쪽을 주면서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된다고 했다. 곰은 이것을 받아서 먹고 근신하여 3·7일(21일) 만에 여자의 몸이 되고
호랑이는 이것을 참지 못하여 사람이 되지 못했다. 웅녀는 그와 혼인해주는 이가 없으므로 신단수 아래에서 아이를 가지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이에 환웅이 잠시 변하여 결혼해서 아들을 낳으니 그가 곧 단군왕검이다.



호랑이는 우리말로 범이다. 옛날 우리말을 보면 자음은 잘 안 변하는데, 모음은 굉장히 잘 바뀐다. 그것을 보면 범은 밤도
된다. 그리고 곰은 검도 되고, 굼도 되고, 감도 된다. 그래서 옛날에는 글자를 해석할 때 사전적인 정의라 해서 한 낱말을
비슷한 다른 말로 바꿔 그 말을 알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천문학에서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을 해석할 때,
처음에는 명사와 명사를 대비해서 하늘은 검이요, 땅은 누리다. 왜 하늘을 검이라고 볼까? 나중에 검, 곰, 구멍, 개마, 임금 할
때 금, 이런 것들이 전부 저기서 파생 된 건데, 우리나라 옛날 조상들은 빛의 간섭이 없는 하늘이 원래 색깔이라고 봤다.
‘하늘은 검이다. 그리고 땅은 누리다.’ 이렇게 옛날에 하늘이라는 이름도 있었지만, 검이라고 가르친 곳도 있다. 이렇게 하면
밤도 깜깜하고 하늘도 깜깜하다.


단군신화에서 백일 동안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면, 해가 나는 동안. 하얀 해, 온(백)해, 온해는 해가 비추는 동안,
온종일이라는 소리다. 해가 비치는 동안에 자기와 함께 견딜 수 있는 자를 자기 짝으로 삼겠고 했는데, 해가 비추자마자 밤은
달아나고 해는 가만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하늘과 태양이 같이 짝을 맺게 되어, 하늘이 태양의 아낙이 되었다. 우리 신화
책에서는 하늘이 여성이고 태양이 남성이다. 하늘과 해가 짝을 지어서 만들어진 게 무엇이냐? 땅이다. 이 지구도 그렇게
생겨났고, 달도 그렇게 해서 생겨났다. 이렇게 천지가 창조된 것이다.

단군신화는 단순히 단군왕검이 탄생해서 고조선이 어떻게 세워졌는가 하는 신화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천지가 어떻게
창조되었는가’로도 해석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을 학설로 봐주지 않는다. 여기저기 귀에서 귀로 흘러 다니다가
사라지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가, 그럴 듯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