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석류를 검색하면 몇십 개도 넘는 석류 관련 식품 판매 사이트가 뜬다. 역시 TV 건강 프로그램이 낳은 최고의 대박
상품답다. 그러나 이 대박 상품을 소개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제작 팀과 타 방송 뉴스 사이에는 웃지 못할 신경전이
벌어졌다. 석류의 인기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함유되어 있어 여성에게 특히 좋다는 사실 때문인데, 9시 뉴스에서는
식품의약청 분석 결과 석류에는 여성호르몬이 없다고 보도한 것! 얼마 지나지 않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제작 팀의
게시판에는 석류에는 여성호르몬은 아니지만 여성호르몬 전도체가 함유되어 있다는 긴박한 해명의 글이 올라왔다. 전도체라는
것은 몸 안에 들어와 여성호르몬을 합성하는 성분을 뜻하는 것으로, 석류에는 여성호르몬의 생성을 도와주는 물질이 있는 것은
확실하나 여성호르몬 자체가 아닌 만큼 그 효과는 우리의 기대보다 현저히 낮다. 

 



석류가 설사와 부인병, 성인병 예방에 좋고 갱년기 여성에게도 좋으며 피부 미용에도 좋다는 것이 매체를 통해 알려진 상식.
건강 프로그램 역시 합성 호르몬제보다는 효과가 미약하지만 병원에 갈 정도가 아닌 갱년기 질환에 먹기 좋은 식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실제로 호르몬제 한 알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석류(씨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를 최소 7백 개는 먹어야
한다니 미약하다는 심히 잘못된 표현이다. 게다가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폐나 위가 상하기 때문에 석류로 섭취할 수 있는
성분은 어차피 한계가 있는 셈. 약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안 먹는 것보다는 나은 식품임을 명심해야겠다. 참고로, 여성호르몬
전도체의 대부분은 석류 씨에 있으므로 한 톨도 버리지 말고 꼭꼭 씹어 먹는 게 가장 좋은 방법(과육에도 있지만 그 양이 훨씬
적다). 



 

느지막이 일어난 어느 평일 아침, 무심코 요리 채널을 돌리다 MC의 항암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유방암과 위암 예방에 참
좋아요~라는 말에 채널을 고정했다. 브로콜리 얘기였다. 비타민 C 함유량이 귤이나 사과보다 훨씬 많아 피부 미용에도 좋고,
섬유소가 많아 변비 예방에도 너무 좋다는 게 그녀의 얘기. 맞는 얘기이긴 하다. 비타민도 풍부하고 피부 미용에도 좋다.
그러나 항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말은 틀렸다. 실제로는 체내의 항암 물질을 자극해 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미세하지만 이 두 문장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방송에서는 식품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표현하려는 습관이 있다. 시청자는 항상
그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해야 한다. 물론 안 먹는 것보다 낫다. 스트레스나 일의 강도, 유전상 조건이 다 동일하다고 봤을 때
브로콜리를 10년 넘게 먹어온 사람이 암에 걸릴 가능성이 조금 덜하긴 하다. 



 

낯설었던 아스파라거스도 KBS 「비타민」 방송을 타면서 웰빙 채소로 친숙해진 식재료. 아스파라긴산이 간의 활동을 원활하게
해 피로 해소, 원기 충전에 좋고 역사적으로도 정력제와 보양제로 많이 사용되었다. 또 비타민 B1과 B2가 많아 배설 기능, 이뇨
작용을 촉진시키고 비타민 A가 피부 세포에 도움을 줘 미용에도 좋다. 아스파라거스가 서양의 죽순이라고 불릴 만큼 건강식품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먹을 때 주의할 점이라든가 이런 사람은 피하라는 주의점을 알려줘야 할 건강 프로그램 본연의
자세를 잃고 칭찬 일색인 것이 매우 아쉽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단순한 요리 프로가 아니지 않은가. 


아스파라거스? 다 좋다. 그런데 이뇨·배설 작용을 촉진하다보니 위나 장이 나쁜 사람이 먹었다간 고생하기 쉽다. 또
아스파라거스는 그 자체가 냉(冷)한 식재료라 손발이 찬 사람이나 임신을 앞둔 주부, 출산 직후의 주부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KBS 「비타민」에서 소개한 호두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혈관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이라 오래된 지방 제거나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 둘째, 호두 속 비타민 E가 기미·잡티·노화를 예방해준다. 셋째, 두뇌 발달을 촉진시킨다. 단, 칼로리가 높은
편이라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설사를 유발한다. 황당한 건 그 다음이었다. 만능 식재료인 호두 활용 요리를 제안하는데 3가지
메뉴 중 1가지가 호두맛탕이 아닌가! 아니, 분명히 칼로리가 높다고 경고해놓고 몇 분 후에는 호두를 튀겨서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설탕과 물엿 섞은 시럽에 굴려서 먹는 레시피를 떡하니 제안하다니!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았다. 단순한 요리 프로였다면
윽! 느끼하겠군 하고 넘어가겠지만, 건강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식재료의 효능을 극대화시키는 요리를 소개하는 코너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레시피 계발에 의료진은 전혀 참가하지 않고 예쁜 요리만 선보이려는 요리 선생님이나 작가가 임의로 선정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 식품은 어떻게 먹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말이다. 


호두는 열(熱)이 많은 식품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너무 많이 먹으면 눈썹이 빠지고 몸을 뜨겁게 해 풍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조심해서 섭취했던 식품.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나, 설사를 자주 한다거나 대변이 묽은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